필립 시모어 호프먼의 부고가 전해진 후, 유튜브에 그가 출연한 영화의 클립이 이것저것 올라오고 있다. 아래 클립도 처음 부고를 들었을 때는 없었는데 그 사이에 올라온 영상이다. 멋진 장면을 고화질로 화면비 맞게 올려준 유튜브 회원 Geeks of Doom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카메론 크로우 감독의 로큰롤 드라마 〈무제〉에서, 록 저널리스트 레스터 뱅스가 자신처럼 되고 싶어 찾아온 열여섯 살짜리 로큰롤 팬 윌리엄 밀러에게 충고를 건넨다.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나 지금이나 나는 록에 열광한다고 말할 수도 없고, 레스터 뱅스와 윌리엄 밀러, 혹은 카메론 크로우가 겪은 그 시대를 겪어보지도 못했지만, "쿨의 산업"이라는 개념만은 단번에 머릿속에 콱 박혀들었다. 뱅스의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내가 이미 그런 시대를 살고 있음을 부끄럽게 실감할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자 이제는 그의 말을 영화에도 적용할 수 있음을 알겠다. 십대 소년에게 뱅스가 들려준 말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빛을 잃기는커녕 오히려 이제야 더 매서운 진실로 다가온다. 창작물에 관해 말하고 싶다면 창작자들과 친해지는 것을 경계해라. 쿨한 사람들과 어울린다고 해서 네가 쿨해지는 게 아니다. 그리고 특히, "영광스럽고 마땅하게도 멍청한 것"인 형식에 관한 말. 이 짧은 몇 마디는 수잔 손택이 「해석에 반대한다」에서 해석과 상징주의로부터 벗어난 영화 형식의 직접성을 말하는 대목(및 오늘날 그 대목을 읽으며 느끼는 안타까움)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부나방처럼 뛰어들 수밖에 없는 소년을 바라볼 때에 그가 느낀 안타까운 기쁨도 짐작하겠다.

 한동안 잊고 있었건만, 그도 나의 선생이었음을 뒤늦게 깨닫고 있다.

 
일단 L.A.에 가고 나면 친구를 수도 없이 사귀게 될 게다. 하지만 놈들은 가짜 친구야. 널 타락시킬 거라고. 네 순진한 얼굴에 대고 뭐든지 말해주겠지.

하지만 록 스타와는 친구가 될 수 없어.

네가 진정한 저널리스트, 록 저널리스트가 된다면…….

…일단 돈은 많이 못 벌어. 그래도 레코드 회사에서 레코드는 공짜로 줘.

나원, 네 꼬락서니가 눈에 선하다. 추한 꼴 많이 볼 거야. 네게 술도 사주고, 여자 애들도 만나고, 공짜로 비행기도 태워주면서 이리저리 데리고 다니고, 약도 주겠지. 근사하게 들릴 거라는 건 알아. 하지만 놈들은 네 친구가 아니야. 놈들은 네가 록 스타의 천재성에 관해 신실한 척하는 기사를 써주길 바라는 거고, 그렇게 로큰롤을 말아먹고 우리가 로큰롤에서 사랑했던 모든 것들을 목 졸라 죽일 거야. 놈들은 로큰롤에다가 품위를 사서 안겨주고 싶어하는데 말이다, 이 형식은 영광스럽고 마땅하게도 멍청한 거잖냐! 너도 그 정도는 알잖니. 로큰롤이 멍청하기를 그만두는 순간 로큰롤은 진짜가 아니게 된다고. 그렇잖아? 그 다음에 남는 건 쿨의 산업뿐이야.

넌 로큰롤에 큰 위기가 찾아온 시점에 발을 들인 거야. 전쟁은 끝났어. 놈들이 이겼어. 요즘 로큰롤이랍시고 나다니는 것들의 99%는 말이다, 차라리 침묵이 더 흥미로울 지경이라고.

그러니까 난 네가 그만 등 돌리고 돌아가서 변호사 같은 거나 하는 게 낫다고 본다.

…하지만 네 얼굴을 보아하니 그럴 것 같지는 않구나.



Posted by 거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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