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아마도 스카이 무비스 영화 채널에 나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택시 드라이버Taxi Driver, 1976〉를 소개하면서 들려준 이야기.


〈택시 드라이버〉에 관한 흥미로운 뒷이야기가 있어요. 분명히 언급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봐요. 할리우드의 전설로 남은 이야기인데, 이게 사실인지, 얼마만큼 사실인지, 사실인 부분이 있기나 한 건지는 저도 모릅니다. 그래도 제게 이 이야기는 영화 악동 시대의 가장 흥미로운 전설로 남아있어요.

어떤 얘기냐면, 스콜세지가 〈택시 드라이버〉를 완성했을 땐데요, 여러분도 짐작하시겠지만 〈택시 드라이버〉 같은 영화를 완성하고 나면 얼마나 기쁘겠어요. 그런 영화를 만들면 어떤 기분일지 상상도 안 됩니다. 헌데 당시 제작사가 컬럼비아였는데, MPAA에서 X 등급을 때린 겁니다. 해서 스콜세지는 자기가 만든 완벽한 걸작이라고 생각했던 영화를 잘라내야 하는 처지가 됐어요. 컬럼비아의 누군가들 혹은 누군가는─그게 누구였는지는 알 도리가 없고, 이게 정말 있었던 일인지도 모르겠지만─아무튼 그 사람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나왔고요. 그냥 어떻게 됐든 R 등급을 받아내라는 거였죠. 무조건 R 등급을 받아내. 어떻게 하든 알 바 아니니까 받아만 내.

자, 전설에 따르면, 스콜세지는 밤을 지새우며 술을 마시고 취했어요. 장전한 총을 갖고서요. 아침이 되면 컬럼비아의 중역을 쏴버리겠다는 심산이었죠. 자신의 걸작을 잘라내라고 했으니까요. 그게 철야로 이어진 겁니다. 동료 감독들과 친구들은 장전한 총을 자기 무릎 위에 올려둔 채 앉아 있는 스콜세지를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고 동정을 표하면서 계획을 단념하게끔 설득하려 했어요. 밤새 내내 그게 계속됐어요. 듣기로는 그날 모두가 그 시간을 통해 성장했다고 합니다. 자기 계획을 실천에 옮기겠다는 스콜세지의 마음이 얼마나 진심인지를 실감하면서 말이에요.

그래서 결국 어떻게 됐느냐면, 밤이 끝나갈 무렵, 정말로 정말로 상대를 쏜다는 것에 대해 생각을 거듭한 끝에 자신이 실제로 그 일을 저지를 거라는 것이 너무나 확고부동해진 상황에서, 스콜세지는 자신의 내면으로 돌아가 살인을 저지르는 것 말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하나만 찾아보기로 했대요. 그때 떠오른 생각이 바로 영화 마지막 총격전 장면의 채도를 2도 낮추자는 거였습니다. 캔디 애플처럼 새빨간 피 색깔을 좀 더 부르고뉴 포도주 색깔에 가깝게 만드는 거죠. 스콜세지는 사람을 죽이는 대신 그렇게 했고... R 등급이 나왔어요. 그렇게 오늘날 여러분이 보시는 무삭제판 〈택시 드라이버〉가 탄생했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스콜세지 감독님, 혹시 이게 사실무근이라면 사과드립니다. 저는 그냥 이런 전설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을 뿐이에요. 하지만 예술가로서 솔직히 말씀드리는데, 이게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전 사실이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할 겁니다.

스콜세지가 살인 계획을 세웠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등급 조정을 위해 〈택시 드라이버〉 후반부 총격전 장면의 채도를 낮춘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지금도 영화를 보면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트래비스가 택시를 몰고 매춘용 호텔 앞에 당도하는 장면부터 화면이 급격히 탁해지고 어두워진다. 나는 스콜세지가 훗날 4K 디지털 복원을 할 때도 이 부분을 '원래 의도대로' 고치지 않았다는 점이 정말 마음에 든다. 그 또한 이 영화가 역사 속에서 짊어지고 가야 할 자신의 운명이라는 얘기지.
Posted by 거시다
,